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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가 경기력을 지배한다… K리그, 해결책은 없는가

 K리그1 3라운드 FC 서울과 김천 상무의 경기는 0-0 무승부로 끝났다. 하지만 경기력보다 더 주목받은 것은 심각한 잔디 상태였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는 선수들의 플레이를 방해했고, 패스, 슈팅, 빌드업이 모두 영향을 받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 제시 린가드는 잔디에 걸려 넘어졌고, 문선민은 슈팅 직전 공이 튀는 바람에 허공을 찼다.

 경기 후 정정용 김천 감독은 "환경적 문제로 인해 원하는 플레이가 나오기 어려웠다"라고 했고, 김기동 서울 감독은 "잔디 상태가 선수들의 부상 위험을 높이고 있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 공격수 조영욱 역시 "빌드업을 준비했지만, 공이 튀어 패스 속도가 나지 않는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K리그는 6월 FIFA 클럽 월드컵 일정으로 인해 평소보다 이른 시기에 개막했고, 겨울 한파 속에서 잔디 생육이 어려웠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히 계절적 요인에 그치지 않는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관리 방식은 비용 대비 효과가 낮고, 구단이 직접 관리할 수 없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K리그 경기장은 대부분 지자체 소유이며, 각 지역 시설관리공단이 관리한다. 구단이 잔디 개선을 위해 투자하고 싶어도 공단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전북 현대는 ACL2 8강 홈 경기를 전주가 아닌 용인에서 치러야 했고, 대한축구협회는 3월 A매치를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아닌 고양, 수원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현재 K리그는 추춘제(가을-봄 시즌제) 도입을 논의 중이지만, 잔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실현 가능성이 낮다. 프로연맹 조연상 사무총장은 "예산 문제가 있다면 프로연맹도 적극 개입할 수 있다"라고 밝혔지만, 결국 지자체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K리그 구단들이 경기장 관리를 주도할 수 있도록 법적·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며, 채광기, 열선 등 잔디 관리 시설 투자도 확대돼야 한다. 서울월드컵경기장 프런트 관계자는 "기사가 나와도 관리 공단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구단, 프로연맹, 자치단체가 협력해 지속 가능한 경기장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잔디가 살아야, K리그도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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