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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정윤주·이고은이 바꾼 팀 색깔

 여자 프로배구 V리그 선두를 달리는 흥국생명이 다시 신바람을 내고 있다. 시즌 초반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개막 14연승을 기록했던 흥국생명은 외국인 선수의 잇따른 부상과 연승 후유증으로 잠시 흔들리는 듯했지만, 최근 5연승을 달리며 다시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

 3일 현재 흥국생명은 승점 58(20승 5패)로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턱밑까지 따라왔던 현대건설(승점 50), 정관장(승점 47)과의 격차도 다시 벌어졌다. 시즌 중반 주춤했던 흐름을 완전히 회복한 모습이다.

 흥국생명의 상승세에는 여전히 김연경의 존재감이 절대적이다. 36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독보적인 공격력을 보여주며 팀의 에이스로 활약 중이다. 특히 오픈 공격 성공률 55.15%를 기록하며 리그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고 있으며, 공격 종합 성공률에서도 45.65%로 전체 3위, 국내 선수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올 시즌 흥국생명이 지난 시즌과 달라진 가장 큰 이유는 김연경 외에도 확실한 공격 옵션이 생겼다는 점이다. 그 중심에는 입단 4년 차를 맞은 정윤주가 있다.

 정윤주는 이번 시즌 25경기(89세트)에 출전해 298득점(공격 성공률 37.22%)을 기록하며 커리어하이를 작성 중이다. 득점 부문 리그 11위, 공격 성공률 9위에 오르는 등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서브 부문에서는 세트당 0.270개를 성공하며 리그 7위에 올라, 김연경(9위·0.219개)보다도 높은 기록을 자랑한다.

 지난 시즌까지 원포인트 서버로 4경기 출전이 전부였던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도약이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도 “정윤주는 모두에게 놀라움을 주고 있다. 매우 잘 성장하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흥국생명의 또 다른 변화는 세터 이고은의 활약이다. 프로 12년 차인 이고은은 그동안 여러 팀을 거쳤지만, 한 팀에서 주전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시즌 흥국생명에서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고은은 25경기(96세트)에서 세트당 평균 10.510개의 세트를 성공하며 이 부문 리그 3위에 올랐다. 데뷔 후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서브 부문에서도 세트당 0.208개로 리그 10위, 디그에서도 세트당 3.167개로 12위에 오르는 등 공수 양면에서 팀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김연경에게 공격이 집중되던 패턴에서 벗어나 다양한 공격 옵션을 활용하면서 팀 공격력을 한층 끌어올렸다. 외국인 선수 마테이코와 피치, 그리고 정윤주에게도 고른 기회를 제공하면서 상대 블로커를 분산시키는 데 성공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이고은이 팀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며 “대부분의 경기에서 4명의 선수가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세터의 역량 덕분”이라고 극찬했다.

 흥국생명은 시즌 중반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독주 체제를 갖췄다. 여전히 강력한 존재감을 보이는 김연경과 함께 정윤주의 급성장, 이고은의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 맞물리며 한층 강한 팀으로 거듭나고 있다.

 더 이상 ‘김연경만 막으면 되는 팀’이 아니다. 다양한 공격 루트를 확보한 흥국생명이 올 시즌 최종 목표인 우승까지 질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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