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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약…“올 시즌은 기록보다 헌신”김연경 없는 한국 여자배구, 끝없는 추락의 늪

 2020 도쿄올림픽 4강 신화는 이제 먼 기억이 됐다. 김연경이 은퇴한 뒤 한국 여자배구는 급격히 무너졌다. 지난 7월 열린 FIVB 여자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최하위로 강등이 확정됐고, 세계 랭킹은 39위까지 추락했다. 2023년 아시아선수권에서도 6위에 그쳐 이번 세계선수권 출전마저 좌절됐다.

반등의 기회를 잡기 위해 참가한 지난달 진주 국제여자배구대회 역시 오히려 씁쓸함만 남겼다. 세계 정상급 팀들이 베스트 멤버로 참가한 소중한 무대였지만, 한국은 일본 2군을 상대로 풀세트 끝에 승리하는 졸전을 펼쳤다. 게다가 결정적인 순간마다 편파 판정 논란이 불거져, 승리했음에도 “부끄럽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웃지 못한 선수들의 표정이 모든 걸 말해줬다.

현장을 지켜본 외국 지도자들도 고개를 저었다. 체코, 스웨덴 코치들은 기록석에서 난감한 미소를 지으며 경기를 바라봤다. 한일전 승리가 자존심 회복이 아닌 ‘민망한 승리’가 된 순간이었다.

이날 경기 후 코트에서 김연경과 세자르 감독이 만났다. 세자르는 2019년부터 한국과 인연을 맺어 도쿄올림픽 성공을 함께했고, 이후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그러나 김연경 없는 대표팀은 힘을 잃었고, 2022·2023년 VNL에서 2년 연속 전패라는 굴욕을 겪었다. 결국 세자르는 물러나 프랑스 대표팀을 맡았다. 김연경은 그 시절 어드바이저로 선수단과 지도자들을 돕던 만큼, 두 사람은 오랜만에 만나 한국 여자배구의 현실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앞으로의 전망은 더 어둡다. 강등된 한국은 내년부터 아시아권 대회에만 나설 수 있다. 챌린저컵마저 폐지되면서 세계 강호들과 맞붙을 기회는 사실상 사라졌다. 국제 경쟁력을 잃은 채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김연경의 시대는 이미 끝났다. 그녀의 은퇴 4년 만에 한국은 최하위로 추락했다. 이제 더 이상 과거의 영광에 기댈 수 없다. 위기의 한국 여자배구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 없이는 회생의 길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건 선수 세대교체와 장기적 육성 시스템이다. 김연경 이후의 시대를 준비하지 못한 대가가 혹독하게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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