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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의 제왕'에서 진짜 왕으로… 손흥민, 토트넘 41년 저주의 종지부 찍다

 한때 ‘무관의 제왕’이라 불렸던 사나이, 손흥민​. 그가 결국 토트넘을 유럽 무대 정점으로 이끌며 ‘진짜 왕’으로 등극했다. 축구 팬들의 농담 섞인 한숨 속에서도 묵묵히 걷던 그 길의 끝에서, 그는 결국 찬란한 은빛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것도 유럽 무대에서 가장 치열한 전쟁터 중 하나인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였다.

23일 새벽(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 산 마메스 스타디움. 토트넘의 주장 완장을 찬 손흥민은 마침내 구단 역사상 세 번째 유럽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무려 41년 만이다. 유럽의 정상에서 환호하는 북런던의 흰 유니폼 속, 손흥민은 누구보다 밝게 웃었다. 이는 단순한 승리가 아니라, 한 시대를 마감하고 새 시대를 연 상징과도 같았다.

토트넘이 마지막으로 유럽 정상에 섰던 건 1984년. 손흥민은 당시 태어나지도 않았다. 이후 무수한 도전과 좌절 속에서도 ‘결승 문턱에서 무너지는 팀’이라는 꼬리표는 토트넘을 따라다녔다. FA컵, 리그컵, 챔피언스리그까지… 기회는 많았지만 한 번도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이젠 그 마지막 문장을 손흥민이 완성했다.

결승 상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강호였고, 초반부터 맹공을 퍼부었다. 하지만 토트넘은 끝내 무너지지 않았다. 전반 42분, 브레넌 존슨의 천금 같은 결승골이 터졌고, 후반 22분 교체 투입된 손흥민은 남은 시간을 책임지며 '마무리 자'로서 역할을 다했다.

이번 승리로 손흥민은 토트넘 역사상 단 세 명뿐인 유럽대항전 우승 주장의 한 명이 됐다. 1972년 앨런 멀러리, 1984년 스티브 페리먼에 이어 손흥민이 그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토트넘은 이를 기념해 세 명이 함께한 사진을 공개하며, 손흥민을 ‘공식 레전드’로 새겼다.

사실 손흥민의 여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올 시즌만 해도 부상으로 고생했고, 경기력도 과거만큼 날카롭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결코 자신을 의심하지 않았다.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손흥민은 “한 번도 의심한 적 없다”며 “선수단 모두가 하나였고, 우리는 결국 해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한국 팬들에게도 각별한 감사를 잊지 않았다. “정말 오래 걸렸다.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이 순간을 팬들과 함께 누릴 수 있어 더 감격스럽다”고 덧붙였다. 그의 우승은 단지 선수 개인의 커리어를 넘어, 한국 축구의 역사적 이정표가 되었다.

지금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유럽 대항전 우승 주장, 토트넘 공식 레전드라는 타이틀을 모두 손에 넣은 유일한 한국인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그가 버텨낸 시간과 무너지지 않은 믿음이 만든 결과였다.

손흥민이 들어 올린 그 트로피는 결국 은빛이 아니라, 눈물과 인내의 결정체였다. 그가 이제 전 세계 팬들 앞에서 자랑스럽게 ‘레전드’로 불리는 이유는, 승리 때문이 아니라 그 여정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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